비와코 비엔날레 2025 ‘플럭스’로
오미하치만 마을 전체에 펼쳐지는 아트 전시
이번 시가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예술 전시 비와코 비엔날레 2025(플럭스)를 보는 것이었다. 비와코 비엔날레는 2001년부터 이어져 온 국제 예술제다.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때문에 오사카에 가는 일이 부쩍 많아졌는데, 휴대폰에서 이 전시 광고를 보고 이번에 한 번 다녀오기로 했다.
나도 에치고쓰마리 아트 트리엔날레나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 그리고 조금 전에는 세토우치 트리엔날레 같은 예술제를 찾아간 적이 있다. 이런 대형 행사를 향한 단순한 호기심도 분명 있는 것 같고,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꽤 여러 예술제를 경험하게 됐다.
이번 무대는 시가현 오미하치만. 과연 어떤 경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옛 반 가문 주택에서 시작
전시를 보려면 패스포트를 구입해야 한다. 판매처는 오미하치만역 근처를 포함해 세 곳이다. 그중 하나가 옛 반 가문 주택인데, 오미하치만 관광의 중심이라고 해도 좋을 곳이다.

비엔날레 기간이 아닐 때 이곳은 박물관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아침 일찍 도착했더니 먀쿠먀쿠 굿즈를 착용한 엑스포 팬들이 꽤 눈에 띄었다. 이렇게 해서 이날의 아트 투어가 시작됐다!
마을과 건물과 함께 체험하는 예술
이런 예술제의 큰 즐거움 중 하나는 기존의 거리 풍경과 건물 안에 설치된 작품을 보며, 예술과 공간이 주고받는 대화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흔히 말하는 화이트 큐브 미술관과는 달리, 훨씬 더 몰입감 있고 입체적인 예술 경험을 선사한다.
에도 시대 건물인 옛 반 가문 주택의 대광장에서는 혼고 요시야의 작품이 비와호의 풍경을 공간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원래는 이 아트리움에 사기초 축제 수레가 전시된다고 들었는데, SHU DA의 작품이 이곳을 비일상적인 분위기로 가득한 공간으로 바꿔 놓고 있었다.

이런 작품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시간이 된다면 며칠에 걸쳐 천천히 둘러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나는 오미하치만의 구시가지만 범위를 좁혀 하루 만에 모두 보려고 했는데, 그래도 시간이 빠듯했다.
엑스포에서 봤던 그 작품
정원 같은 공간에는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에도 작품이 전시됐던 오쿠나카 아키히토의 작업이 놓여 있었다.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는 이미 막을 내렸지만, 그곳은 오사카 간사이 국제예술제 2025의 전시장 역할도 했고, 엑스포 기간 동안 다양한 작품이 함께 전시됐었다.
엑스포 때는 이 신비로운 구체 안에 들어가 볼 기회가 없었는데, 오미하치만에서 드디어 그 소원을 이루게 됐다!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이 제한돼 있어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짐을 내려놓고 신발을 벗은 뒤 안으로 들어섰다.

바닥이 워터베드라서 서늘한 감각과 살짝 떠 있는 듯한 느낌이 감도는, 묘한 공간이 만들어져 있었다.

너무 편안해서 그대로 계속 있고 싶을 정도였지만,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몇 분 뒤에 나왔다.
마을 곳곳에 흩어진 전시 장소
옛 니시카와 가문 주택(중요문화재)
다음으로 향한 곳은 옛 니시카와 가문 주택이었다.
이제부터는 각 장소에서 특히 인상에 남았던 작품을 한두 점씩 소개해 보려 한다. 전부 다 다루려 했다가는 끝이 안 날 것 같아서… 하하.
정성껏 가꿔진 정원이 아름다웠고, 공간 전체에 차분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다실에는 모리야마 사키의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니시카와 쇼로쿠 별저
다음으로는 또 다른 상인 가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본식 방에 전시된 니시지마 유지의 늑대 작품은 특히 둥근 창과 어우러지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좁은 계단을 올라간 꼭대기 방에는 기타우라 유다이의 보살 작품이 허공에 떠 있는 듯 전시돼 있었는데, 그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작가 본인도 현장에 나와 있었다.

차 공간 사라
담쟁이로 뒤덮인 외관의 차 공간 사라는 얼핏 보면 평범한 집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170년 된 건물을 활용한 시설이다.

카페로 운영되고 있지만 전시만 따로 관람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동식물 묘사가 섬세하게 담긴 무라야마 다이메이의 작품이 인상 깊었다.

유키무라테이 인쿄
유키무라테이 인쿄는 에도 시대 말기인 1848년에 지어진 건물이다.

세월의 흔적이 아주 짙게 밴 공간이라, 곳에 따라서는 바닥이 푹 꺼질지도 모르겠다는 느낌마저 들었는데, 그 안에 전시된 이노우에 쓰요시의 작품이 그런 분위기와 아름답게 어우러지고 있었다.

가네요시 별저
가네요시 별저는 오미규 판매로 알려진 회사 가네요시 야마모토의 소유다. 오미하치만을 걷다가 실제 매장도 하나 마주쳤다.

시원하게 트인 높은 공간에는 인상적인 들보가 가로지르고 있었고, 그곳에 고세이 고마쓰의 아름다운 샹들리에가 설치돼 있었다. 전통 일본 건축과 빛의 작품이 만나는 조합이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

다다미방에는 이토 유키히사의 조각 작품 여러 점이 전시돼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형광등 바로 아래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여고생처럼 보이는 인물이 가장 오래 남았다. 조금 으스스하지만 잊히지 않는 작품이었다, 하하.

기초
이곳은 정원과 여러 동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역시 원래는 주거 공간으로 사용되던 장소였다. 건물 사이를 오가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고, 그 이동 자체도 즐거움의 일부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하게 인상에 남은 작품은 마쓰우라 기코의 작업이었다.

옛 오우기요시 모로미 창고
이름 그대로 이 건물은 한때 모로미 창고로 사용되었다. 간장 양조에서 모로미 창고는 발효 과정의 중심이 되는 중요한 공간이다.
그 넓은 내부 공간을 살려 saiho + Sayuri Hayashi Iguneru의 몽환적인 설치 작업이 전시돼 있었다.

야마모토 하우스
다음으로 찾은 야마모토 하우스는 주택이 아니라 여관으로 사용되던 곳이었다. 일반적인 집과는 다르게 지어졌다는 점이 확실히 느껴졌다.
꽃무늬 담요를 이어 붙여 만든 에가시라 마코토의 작품은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예전에 조부모님 댁에 있던 꽃무늬 담요가 떠올라서, 어딘가 그리운 느낌도 함께 들었다.
마치야 클럽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2008년까지 실제로 운영되던 사케 양조장을 재활용한 건물, 마치야 클럽이었다. 양조장 특유의 널찍한 공간을 살려 역동적인 작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다나카 마사토의 작품은 셔터 버튼을 누르면 방 안의 모든 시계가 멈추는 장치가 있었는데, 특히 기억에 남았다.

한때 창고로 쓰이던 공간에는 Ken + Julia Yonetani의 거대한 구름 작품이 전시돼 있었고, 마치 모험 속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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